닌텐도 스위치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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🎬 장면: 42세 김장민, 아버지 임호영과 닌텐도 스위치2 구매 문제로 다툼
장소: 봉림동 휴먼시아 아파트
시간: 밤 10시 50분, 조용한 거실
조명: 거실 조명 하나 켜져 있음, 택배 박스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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임호영 (찻잔 내려놓고, 박스를 가리키며)
“그거 뭐냐?
또 질렀냐?
이번엔 뭔 놈의 기계야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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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장민 (무표정으로 택배 박스 만지작거리며)
“…닌텐도 스위치2야.
옛날 생각나서… 친구들이랑 밤새 멀티 돌던 그때…
그냥… 그때로 돌아가보고 싶어서…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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임호영 (목소리 높아짐)
“그걸 사서 뭐 어쩔 건데?
너 지금 몇 살인 줄은 아냐?
학교도 안 갔던 거, 아직도 그렇게 사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냐?
어디가 아프단 건지도 모르겠고… 병원에선 멀쩡하다는데 말이야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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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장민 (목소리 떨리며)
“나…
골반 빠졌다고.
그거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고… 나가면 걷는 것도 무섭고…
그 이후로 계속 뭔가 이상했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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임호영 (콧방귀 뀌듯)
“그래? 그럼 병원은 왜 문제 없다고 나왔냐?
정형외과 가도, 신경외과 가도, ‘아무 이상 없다’고 하잖아.
그러니까 내가 화가 나는 거다.
너는 20년을 그 핑계로 다 묻어버렸다고!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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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장민 (눈 피하면서 낮게)
“…그게… 이상하게 나만 그래…
남들은 걷는데 나는 이상하고…
아무도 이해 못하니까…
나도 그때 학교 안 간 거 후회해.
그만둔 것도 후회해.
복학했다가 더 망가진 것도 후회해.
그때 뒷통수 맞은 것도, 아무도 말 걸어주지 않은 것도,
다… 후회한다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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임호영 (소리치며)
“후회한다고?
그럼 지금이라도 뭘 해야 할 거 아냐!!
맨날 방에 틀어박혀서,
손가락 몇 개 까딱하는 기계 하나 사놓고
‘과거로 돌아가고 싶다’?
그딴 건 다 핑계야. 현실이 싫으니까 도망가는 거라고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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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장민 (소리 지르며)
“…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데!!
밖에 나가면 사람들 다 날 쳐다보는 것 같고,
내가 걷는 것조차 병신 같고,
나 자신이 사람인 척 연기하는 느낌밖에 안 들어!!
그럼 그냥 이렇게라도 살아보는 거지.
이거라도 사서, 옛날처럼 웃어보는 거, 그게 그렇게 나쁜 거냐고!!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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임호영 (한숨 쉬고, 조용히)
“…나는 그냥 네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.
네가 내 아들이었으면… 좋겠다고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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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적
택배 박스 안에서 플라스틱 비닐이 살짝 구겨지는 소리만 난다.
TV는 꺼져 있고,
장민이는 말없이 박스를 열고 조심스럽게 닌텐도를 꺼낸다.
임호영은 방으로 들어간다.
문 닫는 소리는 아주 조용하지만, 그 속엔 40년의 피로가 묻어 있다.